자캐/비설

레녹스 루즈벨트 비밀 설정

하루0917 2023. 2. 1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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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곧잘 떠들어댄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레녹스 루즈벨트는 예술을 사랑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겁고 좋았다.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칭찬이나, 주변으로부터 쏟아지는 기대를 받는 것도 뿌듯했다.

레녹스가 대학에 가고자 한 적도 있었다. 언젠가 우리가 '정상'으로 생각했던 사회의 규율처럼. 그것을 따라 미성년의 마지막 해에 수험을 보고, 성인이 되는 해에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그림을 목표로 삼은 당시의 레녹스는 꽤나 의욕적인 학생이었으며 또한 '정상'에 속해 있었다.

레녹스는 노력했다. 공부를 해서 성적을 올리고, 유지하고, 밤새도록 그림을 연습하고.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끈기있게 이겨내는  열정적인 사람. 그것이 주변에서 바라본 레녹스 루즈벨트이자 스스로 생각하는 그 자신이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영광은 노력하는 모든 자의 손을 들지 않는다. 레녹스는 접수했던 수많은 공모전 중 한 군데의 예선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레녹스는 포기하지 않았지만, 원서를 썼던 모든 대학에서까지 떨어졌을 때 레녹스가 밟은 것은 목적지나 새로운 출발점이 아닌 자신의 그림이었다.

레녹스 루즈벨트는 끔찍할 정도로 재능이 없었다.

 

레녹스는 고등학교에 남기로 했다.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을 보는 것이 두려워 집에서도 나왔다. 그저 늘 무기력할 뿐이었다. 이것을 어떻게든 명명해보자면 번아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레녹스 루즈벨트는 뒤틀린 세계의 일상에 녹아든다. '정상'이라고 부르는 이상에서 현실의 '비정상'으로, 뒤틀림의 일부가 되어 끝없이 침체되어가면서. 언젠가 분명 존재했던 희미한 학생들처럼 자신도 사라지기를 비밀스럽게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