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비설

서문재연 비밀 설정

하루0917 2023. 9. 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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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 유복하지 않지만 모자랄 것 없는 삶이었습니다. 가을의 살쌀함에도 슬슬 적응되기 시작한 10월 중순, 부모님은 가족끼리의 여행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여행 당일, 재연의 생일.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을 잊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집을 나와서, 주차장에 놓인 차에 타고, 홀가분하면서도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출발해 한참을 달렸습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지루해진 재연은 조수석에 앉은 어머니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여행지는 어떤 곳인지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서는 학교생활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이나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운전 중인 아버지가 몇 마디를 거들고는 했습니다. 

 

그 사이를 찢고 들어온 굉음.

 

그리고 암전. 첫 번째로 눈을 떴을 때 느낀 것은 뺨을 간지럽히는 풀의 감촉, 오른팔과 왼눈에서 느껴지는 고통. 흐릿한 오른눈으로 본 것은 처참한 사고 현장.

그리고 다시 암전, 두 번째. 오른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손에 닿는 것이 없었습니다. 두 눈을 떠 보아도 어쩐지 시야가 좁기만 했습니다. 흐릿한 오른눈으로 본 것은 병원의 풍경, 재연의 곁을 지키던 큰아버지 부부의 모습. 두 달만에 눈을 뜬 것은 가히 기적이라 부를 수 있었습니다.

 

재연의 상태가 안정된 뒤에야 부모님의 부고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의 고장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한 사고가 원인이었습니다. 유산은 재연이 상속받은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퇴원하며 큰아버지의 집에 맡겨졌기 때문에 퇴원하며 겨우 아홉 살이 된 재연이 구태여 확인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큰아버지 부부와 지내기를 수 개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다정했고, 재연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듯했습니다. 그런 보살핌 덕에 재연의 회복은 빨랐고, 재활이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악몽을 꾼 재연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부부의 침실 앞에서 엿듣게 된 충격적인 사실.

재연의 아버지는 재연이 태어나기 전까지 깊은 병을 앓았고, 만일 재연의 어머니가 혼자 남을까 걱정되어 그녀를 수령인으로 해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들어 놓았으며, 그 금액이 상당히 고액이라는 것. 사업이 실패해 빚을 진 큰아버지가 그 보험금을 노리고 자동차를 고장냈다는 것까지.

재연은 문득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한 과정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뒤로 이모에게 맡겨졌으나 재연을 탐탁치 않게 여겨 또 다른 친척에게 맡겨지고, 그러기를 1년간 반복했습니다.

갈수록 재연의 속은 타들어만 갔지만 그 마음을 보살펴줄 이는 없었고, 그러니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남들에게 맞춰가며 연기하는 것이 일상이자 습관으로 자리잡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겉모습만을 보기 때문에, 사실 재연이 모든 일에 무미건조한 염세주의자라는 것은 재연이 신경질을 참기만 한다면 아무도 눈치채거나 신경쓰지 않습니다. 설령 재연의 속내를 눈치채더라도 귀찮은 일이 될 뿐이니 모른 척 넘기는 것일지도 모르죠.

 

열 살, 재연은 자신을 양녀로 삼기로 했으니 돌아오라는 큰아버지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재연은 그 연락을 받자마자 떠났습니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한참을 뛰거나, 걷다가…… 결국 금나보육원에 도착합니다. 그 뒤의 행적은 당신이 지켜본 재연, 그런 뻔한 이야기.

 

요약: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람 -> 8세 생일 가족여행을 가던 중 교통사고로 부모님 사망, 재연 오른팔, 왼쪽 눈 잃음 -> 큰아버지 부부에게 맡겨짐 -> 큰아버지 부부가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사고를 낸 것을 알게 됨 -> 큰아버지 집을 나와 친척집 전전(이 과정에서 성격 변화) -> 재연을 입양하겠다는 큰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그를 피해 도망침 -> 금나보육원 입소






그 인간들의 죽음을 바란다. 그러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고통받기를. 재연은 그들의 고통, 또한 그것을 위해 삶을 갈망한다. 그것들을 한데 끌어모아 단어로 정의하자면, 재연은 복수를 갈망한다.

 

비상연락처: @lay3082_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