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로그

그저 그런 일상

하루0917 2024. 1. 9. 02:24

2:09am.
벤자민은 피곤한 몸을 소파에 겨우 누였다. 근 일주일 간 한 번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백방으로 뛰어다닌 일의 여파였다. 지끈거리는 머리, 옷을 갈아입거나 침대가 있는 방까지 들어가지도 못할 만큼 무거운 몸은 그 생활에 딸려온 덤이었고.

벤자민 헉슬리는 꽤나 이름난 오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이전보다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로 인해 개인적인 시간이 줄어드는 것쯤은 당연히 감내해야 했다.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오러가 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시간마저 줄어들고 있으니, 이것은 완전히 주객전도가 아닌가.

문득 회의감이 들어 뻗은 손으로 탁자를 더듬었다. 사각형의 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곁에 놓여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여 숨을 들이쉰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행위, 단순히 그것 뿐이다. 실시간으로 폐활량이 줄어드는 것이 타들어가는 종이와 피어오르는 연기로 눈에 보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매일 피우는 것도 아닌데.

이대로 눈을 감고 싶지만, 내일…아니 오늘 아침도 다시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는 점이 영 탐탁치 않아 노트를 펼친다. 빼곡히 쓰여진 글씨, 하도 보고 쓴 탓에 너덜너덜하게 닳아버린 종잇자락. 흐릿한 눈에 힘을 주고 잉크로 새긴 기록을 훑는다.
한 발짝. 단 한 발짝이면 되는데, 그 한 발짝에 도저히 닿을 수가 없다. 그저 기도가 막힌 듯 답답함을 느낄 뿐이다.

삼촌은 아직도 세인트 멍고 병원의 침실에 잠들어 있는데, 그를 잠들게 만든 이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는구나.

한참동안 바라보던 노트를 내려놓는다.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쓰고 있던 편지, 읽고 있던 책, 너저분하게 널부러진 물건들……. 그것들에 책임을 느껴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곧 눈이 감겨 온다. 안경을 벗어 놓을 새도 없이, 그저 그렇게 졸음에 잠긴다.
3:49am. 평범한 하루는 늘 그렇듯 자신도 모르는 새에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