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로그

끊어지지 않을,

하루0917 2024. 1. 13. 19:54

"응, 응."

 

너를 끌어안은 채로 가만히 네 이야기에 경청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 옆에서 이야기하는 네 목소리를 조용히 들어주던 그 시절처럼. 그러면서 네 등을 살살 토닥였다. 여느 때와 같이 다정한 손길이었다.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다쳐도 괜찮았는데…."

 

네 선택을 이해한다. 내가 너였어도 그리 했을 것이다. 나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싫으니까, 그래서 나도 집을 나왔다. 따스한 고향을 벗어나 회색의 도시로 떠나와 외로운 밤을 담배 연기와 함께 지새운다. 하지만 네가 내게 도움을 구하지 않은 것이, 나를 위해 나를 끊어낸 것이, 그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아쉬워서. 그래서 괜히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네가 도와달라는 말만 했으면 나는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리고 너를 도우러 갔을 것이다. 네 책임을 전부 떠안고, 너를 지키기 위해 죽어버린대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겠지. 그러니 너는 나를 끊어낸 것이다.

 

이대로 네 손을 잡아끌고 너를 모든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함께 내일을 그리며…. 하지만 너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책임져야 할 것들을 내버려 둔 채 도망칠만큼 무책임하고 못된 사람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런 네가 좋았다. 동시에 그런 네가 원망스럽고,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도 네 결심을 무시하고 억지로 손을 잡아끌 수 있는 만큼 나쁜 사람은 못 되려나 보다. 그러니 나는 너를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물론이지. 언제까지고 너를 기다릴게."

 

네가 모든 책임을 어깨에서 내려놓는 날이 되면, 너를 억누르는 것들로부터 진정으로 떠날 수 있는 날이 되면, 나는 다시 한번, 아니 몇 번이고 네게 손을 내미리라. 그리고 문을 열고 나온 네 손을 잡고 어디보다 넓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데려가 주겠노라고….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눈에 담고 손으로 느낄 때까지 너와 함께하겠노라고. 나는 그리 다짐했다.

그 때는 처음부터 시작하자. 다시 서로의 이름을 말하고, 함께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을 그리자.

네 머리칼에 리본을 묶어준다. 제 눈동자와 꼭 닮은 에메랄드빛 리본을. 이것은 그 증명이다. 언제든 네가 내게로 돌아올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끊어지지 않을 약속의 증표다.

 

네 오른손을 부드럽게 감아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살며시 입을 맞춘다. 이 손을 다시 맞잡고 함께할 그 날을 고대하며.